[당신은 어느 버려진 집 서랍에서 가지런히 정리 된 노트 한 권을 발견하였습니다.]
[주변의 말라붙은 살점이 여기저기 널부러진 풍경과는 다르게, 이질적으로 깨끗한 노트입니다.]
[노트의 뒷면을 보니, 남성적인 필체로 '김성한' 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김성한, 42세.
엘비전자 과장.
엘비전자 과장.
20XX년 X5월 16일.
바이러스가 퍼진 관계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식량은 미리 집에 잔뜩 쌓아둬서 괜찮다.
옆집에서 가스가 폭발했다.
소방차가 와서 불을 끄다가, 비명소리가 들린다.
폭발한 집에서 몸에 불이 붙은 사람이 튀어나와
소방관과 주변 사람들을 물었다. 소방관은 두꺼운 방호복 덕분에 다치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 중 한명이 손을 크게 다쳤다. 사이렌 소리에 머리가 아프다.
20XX년 5월 20일.
요즘 몸이 좀 안좋다. 몸살인가 싶다...
기억이 자꾸 깜빡하고 화가 좀 많아진 것 같다.
병원에 다녀오고싶지만, 대기자가 너무 많고 갔다가
병에 옮을 것 같다. 아내와 아이를 위해 집에서 마스크를 써야겠다.
20XX년 5월 28일.
정부에서 격리 조치를 강제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거리에 군인들과 경찰들이 보이고, 일부 지역은 계엄령이 내려졌다. 업무가 좀 이상하다.
20XX년 6월 5일.
날이 서서히 더워지고 이따금 바람에 썩은내가 실려온다.
마치 시체 썩은 내 같은...
딸이 이상하다.
요즘들어 화를 자주 내고 방문을 걸어잠그기 일쑤다.
뉴스에서 감염 증세와 면역단계에 대해서 나온다.
테스트기로 테스트를 하면 알 수 있단다.
이런 위험하고 치사율 높은 바이러스가 공기 전파도 된다니...
20XX년 6월 26일.
팬데믹임이 확실했다.
딸은 방문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따금 우리가 소리를 내면 방 안에서 감염자 특유의 캬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딸이 사람이라면, 이미 죽었을 것이다...
아내가 자꾸 방문을 열자고 하지만 내가 막았다.
결과는 뻔하디 뻔했으니까...
20XX년 6월 27일.
딸의 방문 아래쪽에 비죽 튀어나온 종이가 있었다.
종이에는 나 0단계 면역자라고, 친구에게 감염된 것 같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니까 더이상 찾지 말라고...
나는 아내에게 그것을 보여주면서 이제 알겠냐고 하고는 잠에 들었다.
20XX년 6월 28일 새벽1시.
소란에 감염자가 집안에 들어온건가 싶어 급히 깨어나 머리맡에 둔 골프채를 들었다.
아내가 딸의 방문을 이미 따서 열었고, 물리고 있었다.
아내는 1단계 면역자. 물리면 몇 시간 내 완전히 감염자가 된다. 나는 딸의 머리를 깨부쉈고, 아내는 울부짖었다.
아내의 어깨를 잡고 당신 미쳤냐고, 당신없이 나 혼자 어떻게 사냐고 화를 냈다. 나는 이 순간을 후회한다...
좀더 좋은 말을 많이 해 줄걸...
20XX년 7월 1일.
나는 아내와 마지막 몇 시간동안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고,
아내는 여전히 내 곁에 있다.
사지를 포박당한 채...
나는 2단계 면역자여서 조금 긁히거나 체액이 튄 정도로는 감염되지 않았다. 하지만 물리면 나 역시...
미안해 여보...
20XX년 7월 9일.
집안은 썩은내로 가득 찼다.
아내와 딸은 이미 감염된 그 순간 이미 죽어버린거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나는 라디오를 켠다.
백신 제작 시스템이 보급되었다고 한다.
엄청나게 많은 백신이 있다면 혹시...혹시나...
20XX년 9월 9일.
집을 나온지 2개월이 지났다.
나는 내 혈액을 모아 주사를 하나 만들었지만,
부족하다. 더 많은 이들의 혈청이 필요하다...
20XX년 10월 2일.
놈들과 접촉했다.
20XX년 11월 11일.
아지트의 출입금지구역에서 그놈들 대장의 아내를 봤다.
분명 감염자였다.
그러나 대장을 보더니 '여보...' 라고 불렀다.
어떻게 가능한거지?
20XX년 12월 1일.
조용히 지켜본 결과, 그 감염자는 매일 두 개의 혈청주사를 맞고 있었다. 이제 어린아이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기까지 하고 매일 삼십분씩 대장과 대화하고 있다.
그 양이면 지금껏 죽어나간 크루원 열 명은 더 살릴 수 있었을거다! 그리고 도데체 어디서 수급을 하는 것이지?
크루원들의 피를 모으는 것 만으로는 수급 불가능한 양이
분명하다.
20XX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대장이 미쳐버렸다.
더이상 혈청 주사를 많이 만들 수 없나보다.
그는 2단계 면역자들의 피까지 무분별하게 모아 주사를 만드려 했지만 그로인해
신임을 잃고 많은 이들이 죽었다.
나는 그가 다른 이들을 학살하는 동안 그의 방에서 그가 쓰던 메모장과 남은 주사를 챙겨 도망쳤다.
20XX년 1월2일.
미쳐버린 대장의 메모장에는 아내에 대한 일지가 있었다.
매일 두 개 이상의 혈청을 맞으면 일시적이나마 공격성이 줄어들었고
자신을 알아본다는 것이었다.
맨 앞장은 피로 얼룩져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이거면 충분했다.
마지막장의 그 문장은 뭐였을까....
[마지막장: 좀더 일찍 혈청을 맞았더라면....]
728x90
'N: 역극방 > 현대 세계관 세부설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밀 문서 (0) | 2024.02.08 |
---|---|
전투원 랭킹 (1) | 2023.11.22 |
🌏Daybreak현대판타지 프로필🌏 (0) | 2023.06.10 |
daybreak뮤턴트 계열 (0) | 2023.06.10 |
daybreak이능계열 (1) | 2023.06.10 |